삶이 멈춘 날, 다시 시작된 이야기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는 평범한 하루를 살고 있었다. 아침 6시면 자동으로 눈이 떠졌고, 주방에서 아내가 끓여주는 된장국 냄새에 하루가 시작됐다. 출근길 라디오에서는 늘 좋아하던 클래식 방송이 흘러나왔고, 회사에서는 팀원들과 회의 후 커피 한 잔 나누는 시간이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점심은 회사 근처 순댓국집에서 동료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먹었고, 퇴근 후에는 동네 공원을 천천히 걸으며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주말이면 등산복을 챙겨 입고 산에 오르며 땀 흘리는 걸 좋아했고, 하산 후 막걸리 한 사발에 파전 한 조각이면 그게 힐링이었다.
그런 나날 속에서 나는 건강에 대한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조금 체중이 줄고, 속이 더부룩하긴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피곤해서 그런가, 나이 들어서 그런가... 단지 그 정도였다.
하지만 병원 진료실에서 들은 그 한 문장. 그것이 내 모든 '당연한' 일상에 균열을 냈다.
“결과 나왔습니다. 위암 2기 말입니다.”
그 한마디에 모든 소리가 멈췄다. 병원의 냉랭한 형광등 불빛 아래, 의사의 목소리는 멀리서 들리는 것처럼 아득했다.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게 꿈이라면 좋겠다고, 아니 차라리 악몽이라면 당장 깨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지독히도 현실이었다.
53세. 건강하다고 믿어왔다. 주말마다 등산도 다녔고, 술은 멀리하고 담배도 끊은 지 오래였다. 그랬기에 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왜 나인가?" 이 질문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머릿속을 휘젓고 지나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조수석에서 창밖만 바라봤다. 아내는 운전대를 잡은 손을 꽉 쥐고 있었다. 그녀도 충격을 받은 것이 분명했지만, 꾹 참고 있었다. 집에 도착하자 아이들이 반겼다. 둘 다 대학생이지만 여전히 아빠 품에 안기던 아이들이었다. 그 웃음을 보니 더 말문이 막혔다.
그날 밤, 나는 겨우 입을 열었다.
"아빠... 암이래. 위암."
작은딸이 울음을 터뜨렸다. 큰딸은 아무 말도 없이 고개만 숙였다. 아내는 내 손을 잡고 말했다.
"당신, 우리 같이 버텨보자. 우리 당신 혼자 안 놔둬."
그 말이 그렇게 따뜻할 줄 몰랐다.
수술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위의 절반을 절제하는 대수술이었다. 마취에서 깨어났을 때, 나는 전혀 다른 몸이 되어 있었다. 몸 안에서 무언가 비어버린 느낌. 식사는 죽 한 숟가락 넘기는 것도 전쟁이었다. 통증은 말할 것도 없고, 입 안은 헐고, 속은 메스꺼움에 뒤틀렸다.
항암치료는 더 지옥 같았다. 약이 몸속으로 들어가는 순간부터 오한이 몰려왔다. 구토, 탈모, 식욕 부진, 불면. 나는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무너지고 있었다.
밤이면 침대에 누워 이렇게 중얼거렸다.
"나 살아날 수 있을까...? 이 고통, 언제까지야..."
아내는 매일같이 내 곁을 지켰다. 손수 미음을 끓여 먹이고, 머리 감기고, 약 복용 시간까지 챙겼다. 큰딸은 알바를 그만두고 병원에 함께 다녔다. 작은딸은 매일 작은 메모지를 내게 건넸다. 거기엔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아빠, 오늘도 잘 버텨줘서 고마워요. 아빠는 우리 영웅이에요.”
그 메모들을 모아 병실 벽에 붙여두었다. 누군가는 그걸 보고 웃었다. "딸들이 참 예쁘네요." 그 말에 나는 처음으로 눈물을 참지 못했다.
투병 8개월. 나는 기적처럼 회복 단계에 들어섰다. 의사는 조심스럽게 말하길, "완치는 아니지만, 경과가 매우 좋습니다."라고 했다. 그날, 가족들과 함께 처음으로 병원 앞 작은 국밥집에서 밥을 먹었다. 아직도 많이 먹지는 못했지만, 그 한 입 한 입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처럼 느껴졌다.
"이제 우리, 매일 밥 먹을 수 있는 날이 올 거야."
아내의 말에,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나는 자원봉사자로 활동한다. 새로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과 이야기하며, 내가 느꼈던 두려움과 절망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었다. 어떤 분이 내게 물었다.
"어떻게 견디셨어요?"
나는 조용히 대답했다.
"사랑하는 사람들 덕분이죠. 그리고...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삶은 멈춘 듯했지만, 결국 다시 시작되었다. 더 천천히, 더 따뜻하게. 나는 오늘도 살아있다.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다.
※ 이 글은 삼성서울병원 위암센터에서 제공한 실제 환자 사례와 이준행 교수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논픽션입니다. 일부 표현은 독자의 몰입을 위해 각색되었으며, 모든 내용은 실제 사례와 의료 정보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참고 출처: 삼성서울병원 위암센터, 유튜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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