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여성의건강/암극복

"암"극복할수 있어요!!(사례5)

by 아푸지마쌤 2025.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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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봄날에도 눈이 내릴 때,

서울 마포의 한 작은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던 강민주는 늘 그렇듯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녀는 일에 몰두하며 사는 삶이 익숙했다.

 

글자 사이를 기어 다니는 듯한 세심한 작업, 마감의 압박, 그리고 종이 냄새가 섞인 사무실의 공기까지. 하지만 그 해 가을, 민주는 알 수 없는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왼쪽 옆구리 아래로 둔중한 통증이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왔다.

 

처음엔 단순한 피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통증은 점점 선명해졌고, 어느 날은 숨을 쉴 때조차 고통스러웠다. 친구의 권유로 찾은 병원에서 그녀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간에 종양이 보입니다. 조직검사가 필요합니다.

 

" 하얀 병원 벽 너머로 의사의 말이 메아리쳤다. 민주의 시간은 그 순간 멈춰버렸다.

 

간암 3기 2020년 11월, 조직검사 결과는 간암 3기였다.

 

의사는 차분히 설명했지만 민주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불과 며칠 전까지 커피를 마시며 회의를 하고, 주말이면 엄마와 전통시장에 가던 평범한 일상이 무너졌다.

 

그녀는 가족에게 말하지 못하고 며칠을 혼자 견뎠다. 두려움이 몰려왔고, 죽음이라는 단어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듯했다. 그녀가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아버지였다.

 

10년 전,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 병원 침대에서 야위어가던 아버지의 눈빛이 떠올랐다. '나는 그렇게 되지 않을 거야.' 그녀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2020년 12월부터 시작된 항암치료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민주는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을 보며 울지 않기로 했다. 대신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스스로에게 말했다.

 

"넌 살아남을 거야. 넌 끝까지 갈 거야."

 

병원에는 같은 병을 앓는 사람들이 있었다. 침대 옆 할머니는 민주의 손을 잡고 기도해 주었고, 반대편 침대의 소년은 매일 만화책을 들고 와 그녀에게 웃음을 주었다. 그 작은 위로들이 민주의 마음을 살렸다. 그녀는 하루하루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자신의 고통을 기록하며, 자신을 붙잡았다.

 

2022년 1월, 약 1년 반의 항암 치료 끝에 종양이 눈에 띄게 줄었고, 같은 해 2월 서울대병원에서 간 절제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마취실로 들어가기 전, 간호사의 손을 꼭 잡았다. "제발 다시, 봄을 볼 수 있게 해 주세요.

 

"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회복은 더뎠지만, 민주는 걷는 연습을 하며 다시 삶을 조각조각 맞춰나갔다. 같은 해 4월, 치료 후 처음 맞이한 봄날에 그녀는 여의도 공원 벤치에 앉아 벚꽃을 바라보았다. 차가운 봄바람 속에서도 살아있다는 감각이 또렷이 느껴졌다.

 

민주는 암을 이겨낸 이야기를 글로 남기기 시작했다. 출판사 일을 그만두고,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데 전념했다. 그녀의 글은 고통을 딛고 일어난 사람들에게 작은 등불이 되었다.

암이라는 단어 앞에서 무너진 자신이, 이제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그녀를 다시 살게 했다.

 

2023년 6월, 그녀의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에세이 『다시 봄을 기다리며』가 출간되었고, 암 환자 커뮤니티를 통해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그 해 겨울, 한 남성 독자로부터 메일이 도착했다. 간암을 진단받은 그는 그녀처럼 이겨내겠다고 다짐한다는 말과 함께였다. 민주는 그 메일을 오래도록 바라봤다. 그리고 미소 지었다. 그토록 원했던 봄날이, 자신을 통해 또 다른 이에게로 흘러가고 있었다.

 

병은 그녀의 몸을 잠시 앗아갔지만, 삶에 대한 감각은 되려 더 단단해졌다. 민주는 여전히 병원에 간다. 정기 검진을 받기 위해, 그리고 새로운 환자들을 만나 위로를 건네기 위해.

 

"선생님도 아팠었어요?" "응, 나도 아주 많이 아팠어.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웃고 있잖아. 넌 나보다 훨씬 강할 거야." 2025년 봄, 그녀는 환자 멘토로 활동하며 삶을 나누고 있다.

 

그녀는 더 이상 병에 갇힌 사람이 아니었다. 봄날에도 눈이 내리는 삶 속에서, 따뜻한 희망이 되어 있었다.

 

 

 

 

이 이야기는 실존 인물 강민주 씨(가명)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되, 일부 인물과 상황은 각색되었습니다.

출처: 〈서울대병원 건강소식 인터뷰 2023년 3월호〉 및 강민주 씨 본인과의 이메일 인터뷰(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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